IT 그중 특히 개발쪽은 남녀 성비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개발자와 업무상으로 이메일을 받았을 때에도 여자 이름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여자 이름을 가진 남자 개발자 일거야'라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공대쪽이 얼마나 여학생이 귀한지를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는 서른 정도 까지는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다'라는 보부아르의 말을 글자 그대로 믿었습니다. 남자 형제만 있는 집에서 '남학교 -> 공대 -> 군대 -> 개발자'란 제 인생 테크트리를 보면 '여성이란 존재'에 무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여자'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아들만 하나 있지만 조카딸들과 친구들의 딸들의 성장하는 과정을 곁눈으로 지켜 보면서 이젠 보부아르의 말을 믿지 않게되었습니다.

확실히 사고하는 방법, 감정, 취향에 '남성적인' 또는 '여성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남성적인 성향'이 우세하고 여자들은 '여성적인 성향'이 우세하지만 사람마다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밍에는 어느 쪽 성향이 더 잘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일반적인 남자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다소 유리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어린시절 부터 로보트나 조립식이나 공작, 좀 더 자라선 Kit 조립등의 무언가 동작하는 것을 만드는데 익숙합니다. 또한 선입견이지만 학창시절에 씻지도 않고 어두운 방에 틀어 박혀 라면으로 버티면서 몇날 몇일을 담배꽁초 탑을 만들며 프로그래밍에 매달리는 남학생은 쉽게 상상이 가지만 그런 여학생은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몇년 전 '누가 소프트웨어의 심장을 만들었는가'란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엘런튜닝을 시작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많은 공헌을 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17명 모두 남자였습니다. 훌륭한 여성 프로그래머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가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누가 소프트웨어의 심장을 만들었는가 상세보기
박지훈 지음 | 한빛미디어 펴냄
소프트웨어 역사를 바꾼 발명과 발견의 가치, 그리고 그 의미를 인물별로 구성한 책.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현재와 미래를 통찰해보는 IT 엔지니어를 위한 지적 에세이다. 지금의 혁명적인 컴퓨팅 환경과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은 선각자들에게 빚진 바가 크다. 일상에서 접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들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등한시 했던 영웅들의 숨결이 들어 있다. 현대 컴퓨팅의 아버지 앨런 튜링, C 언어를 발명한

코볼의 어머니라 불리우는 그레이스 호퍼는 최초로 인터프리터, 컴파일러를 만드는 등 현대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의 근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라는 말이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도 같기도 합니다)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중 한분입니다.

특이한 점은 당시 군에서 무기 및 암호와 관련된 연구를 한 컴퓨터 관련 학자들은 많았지만, 이분은 해군에 자원입대를 하여 소장으로 전역하셨다고 합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해군 제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군에서 전역 후에는 DEC에서 수석 컨설던트로 1992년 85세로 돌아 가시기 전까지 근무하였습니다. 
(사진 및 자료 출처: Wikipedia)

이분과 관련된 유명한 에피소드는 우리가 흔히 개발시 수행하는 '디벙깅'이란 이름의 유래입니다. 최초로 컴퓨터의 오류를 버그라고 칭하고 이를 수정하는 작업을 디버깅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녀가 1945년도에 하버드의 마크II에서 오류를 수정하다 컴퓨터 속에서 나방 한마리를 찾아낸 것이 역사상 최초의 디버깅 작업이라고 합니다. 
좌측의 이미지(사진 출처: Naval Historical Center)와 같이 그 벌레를 자신의 노트에 붙여 놓고 'First actual case of bug being found'라고 메모를 해 놓았다. (제가 볼땐 이 부분은 '여성스러운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남자였으면 이 벌레에 아무 감흥도 없이 버렸을 것 같습니다.) 그외에 인터프리터, 컴파일러, 코볼등 프로그래밍에 관련되어 '최초'라는 수식어만 여러번 들어 갑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여성 프로그래머의 수는 비슷한 업적을 이룬 남자들의 수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간혹 책이나 자료에서 여성 프로그래머들을 본 적이 있지만 그레이스 호퍼외에는 제가 기억하는 여성 프로그래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요즘 활동하는 개발관련 동호회에서도 모임을 하면 40명중에 여성개발자가 많아 봐야 1명이니 성비차이가 많이 나는 직업군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제가 지금은 폐쇄한 블로그에 올린 글을 수정한 글입니다. 개발과 IT에 관련된 글들은 시간나는데로 조금씩 손보아서 올릴려고 합니다.